서울 종로구 평동에 자리잡고 있는 고려병원 신관 내과 1층.
이곳 외래진료실 대기실에는 새벽 5시쯤인데도 벌써 환자 세 명이 서
있었다. 그 이후 환자들의 행렬은 계속 늘어나 정식 진료가 시작되는 오전 9시쯤에는 아예 복도 통행이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새통'이 됐다.
줄 서 있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었다. 서울 강남에서 왔다는 할머니 환자, 여러 병원을 다니다 유 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아침 밥도 거른 채
경기도 시흥에서 달려왔다는 50대 아주머니,10애년을 위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며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40대 샐러리맨 등.
가까이는 종로에서 멀리는 부산에서까지 나름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채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진 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 101호의 여년을 이상종 내과부장(65). 회갑을 훨씬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침부터 하루 평균 70-1백50명의 외래환 자를 진료한다. 또 아침 저녁 회진하는 60여명의 내과 입원환자 챠트는 물론
전공의들에 대한 교 육,각종 논문 발표를 위한 임상 연구, 내과 책임자로서의 행정업무 등으로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 자랄 만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1951년 세브란스 의대를 졸업한 이래 만 44년 째 내과 전문의로 철저하게 '한 우물'을 파 오고 있는 케이스이다. 그 동안 대만
대북市 의학연구소와 동경대 의학부 등에서 해외연수도 쌓 은 그는 1968년 고려병원 개원 당시 내과 과장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이곳을 지켜 온
병원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진료실에서 만난 그는 여느 40,50대 못지않은 정력과 기백에 넘쳐 있었다. 홍조띤 밝은 표정의 그는 "바쁜 만큼 건강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일에 몰두하는 것, 그리고 나이 드는 것을 전 혀 의식하지 않고 하루하루 생활에 충실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내과 명의(名醫). 특히 당뇨병과 내분비계통 전문가로 중년층의 최대 관 심사인 성인병분야의 권위자이다.
바쁜 만큼 건강해진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12권의 굵직굵직한 저서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1963년,'40대의 건강'(학원사)이란 단행본을 펴낸 것을
시발로,근래에만도 '건강 100세의 조건'(86년,문학사상사)'당 뇨병 백과'(87년,서음출판사)'당뇨병학'(92년,고려의학)을 펴냈으며 94년
3월에는 '중년기 건강클리 닉-중년기의 건강관리'란 단행본을 다시 펴내 나이를 떠난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했다. 한 마디로 성인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자인 그 스스로가 중년 이후 건강 관리의 '살아있는 표본'이 되 고 있는 셈이다.
" 교통법규가 너무 많고 복잡한 나라에서 교통사고 발생 위험성이 더 높은 것처럼,건강에 지나 치게 신경 쓰고 '一喜一悲'하는 게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정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이런 맥락에서 건강 관리를 위한 으뜸가는 수칙으로 그는 "나이가 40대를 넘으면 건강에 대해 억지로 애쓰지 말고 체질과 유전적인 요인을
고려해 느긋한 마음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 다"고 강조했다. 뭐니뭐니 해도 정신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정신 건강
의 제1요소로서" '3Y'관리를 잘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가 꼽는 3Y란 근심(Worry),서두름 (Hurry),분노(Angry). 이들
세 가지를 최대한 잘 컨트롤해 가능한 한 매사에 불필요한 근심을 갖 지 말고 서두르지 않으며 또 절대 성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실패 할 경우, 건강을 위협하는 빨간 불이 언제 어느 부위에서든 예고없이 켜질 수 있으므로 특히 이 들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박사의 '중년 건강론'은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지극히 과학적이면서도 일상 생활의 평범한 진리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수출 1백억 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 80년대 들 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40대 이후 성인병에 대해 그는 다음 세 가지를
공통점으로 들 었다. 먼저 성인병은 소리없이 발병하고 두드러진 증세나 어떤 증후가 나타날 때는 이미 그 병세 가 상당히 진행되어 중증이 되거나
손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는 예들이 대부분이라고 한 다.
또 성인병은 치료하기 어렵다고 한다. 모두가 난치병으로 특효약이 사실상 없다고 한다. 심신 식 이요법과 생활방식 개선으로 병을 고치는
수밖에 없어 치료가 쉬운 듯하면서도 완치는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병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숱한 학설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위한
'지 름길'이 예방과 조기(早期)발견 두 가지로 귀착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90년대 들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 인구의 10%선을 차지함에 따라 성인 병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추세를 보면 40대 이상 성인병 가운데 고혈압,당뇨병과 동맥경화증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핵심 질환이지요. "
3대 성인병인 이들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고 그는 지적했다. 즉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필연적으로 동맥경화증이 발생되고, 동맥경화증이 있으면 당뇨병이 잘 발병하는 데 사실 당뇨병의 합병증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동맥경화증이란
것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성인병은 마치 동맥경화증이라는 중심 톱니바퀴를 가운데 두고 고혈 압과 당뇨병의 두 톱니바퀴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
연속적으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뤄 졸중,정 신장애,신경계 질환,골,관절 질환 같은 병도 여기에서 생겨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부딪치는 스트레스를 물리치고 3대 성인병으로부터 해방된,건강 한 중년을 누리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관리術'이
필요할까. 이박사는 이에 대해 개별적이 대응책 보다는 식생활,운동,휴식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신경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세
가지를 들었다.
식생활,운동,휴식
첫번째는 '3食주의'와 규칙적이며 균형 있는 식사. 대개 나이가 들수록 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침 또는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1일 1식 또는 2식주의는 오히려 과식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히려 정상 체중을 웃도는 過체중은 물론 일정치 못한
식사 패턴으로 인해 만성 또는 급성 위장염이나 소화성 궤양,과민성 장증후군 같은 소화기 질환도 생기기 쉽다고 한 다. 그래서 가능하면 식사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하루 세 끼를 실천하고, 산성 및 알칼리성 식품, 육류와 채식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많이 걷고 근육단련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 최소 기상에서 출근 때까지 1시간 이상 여유
있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출근 전 매일 10분 이상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혈 압이나 폐 심장 간장 신장 등에 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맥박이 1분간 약 1백20회에 이르는 정도까지 조깅을 하는 게 더욱 좋다는 것. 하지만 이 때는 뛰기 전 맨손 체조를 통한 예비 운동
(5분 정도는 느린 속도 유지, 호흡의 여유가 있을 때까지 뛸 것)마지막 마무리하는 순서로 가벼운 체조를 진행해 결코 몸에 무리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 또 지하철 계단이나 빌딩을 오르내릴 때도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걸어서 올라가 다리 근육을 기르면 의외의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셋째, 철저하게 휴식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취침전 또는 일과 출근 전에 적정한 온도 로 목욕을
하는 것은 최고의 피로 회복제이며, 피곤할 경우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잠을 자도록 해 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것이 휴식은 아니며
여기에는 갖은 방법을 최대한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지방 출장을 자주 가는 중년 샐러리맨이라면 교통 편에 타기 전 간단한 술을
마셔 차안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이나, 야근을 주기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커튼을 쳐 놓고 방 안 조명을 어둡게 만들어 잠을 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
올바른 食생활
이박사의 건강론은 '올바른 食생활'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는 먼저 건강
식품에 대해 갖고 있는 잘못된 미신을 떨쳐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열젤리''엑시스''클로레라 킹'. . . 이름만 대면 척 아는 건강식품이
범람하고 있으나 이들도 많은 식품가운데 하나인 만큼 특효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그는 도 "체중은 자신이
책임져라""영양은 質이 좌우한다""중년 건강을 위해 항상 가족내 영양을 철저히 고려해 식사하라"등을 건강식생활 철학으로 제시했다. "의사를
찾기보다는 영양사를 찾아라"라는 영국 속담처럼 가정에서는 가족의 협조를 구하고 외식을 할 때는 자기 자신이 알아서 음식물을 선택.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다. 그는 특히 건강을 갈망하는 중년이라면 다음에 유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첫째, 곡물섭취의 양을 줄이고 부식을 많이 취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식에 첨가하는 소금을 적게 넣어
맛이 싱겁도록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즉 반찬이 싱거우면 밥에 비해 반찬을 먹는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중년은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대부분의 중년 남성들은 육류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 로
아직도 야채를 너무 적게 먹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셋째,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첨가해 맛을 돋우는 우리 부식의 대부분은 염분의 양이 많아지기 쉬운데
소금의 과잉 섭취는 세포외액량의 증가와 말초 혈관수축의 증대로 혈압 상승을 가져와 고 혈압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중년일
경우에도 하루 염분 섭취량을 10g미만 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염분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그는 통풍(痛風)류머티스 신장병 심장병 간장병과 같은 성인병을 사전에 막기 위해 서는
-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되어도 40세를 넘으면 반드시 혈압,암,간장기능에 대해 6개월마다 한 번 씩 정기검진을 받을 것.
- 젊었을 때처럼 무리한 일을 하지 말 것.
- 모든 일에 되도록 빨리 결단을 내리고 마음을 정리해 심신의 피로를 줄일 것,
- 술,담배,커피,자극적 식품,염분 등을 과도하게 취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지적했다.
또 일단 이들 병의 초기 증상이 보이면 병원을 찾아 반드시 주치의를 정해서 이들과 상의해 음 식물 섭취와 병
치료를 받도록 하며, 특히 강낭콩이나 두부 흰쌀 생선 우유 같은 고단백질 식단 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고 그는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 는 지 물어보았다. " 평균 밤 9-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새벽 3-4시쯤 일어납니다. 새벽 시간에 별 다른
운동은 않지만 부지런히 방안을 오가면서 잠을 깬 뒤 원고를 쓰거나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 등 알찬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환자치료를 하며 일 에 몰두합니다."
'조침조기(早寢早起: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그가 국민학교 다닐 때부터 굳어진 습관. 피곤 할 경우 점심식사 후 20-30분 정도
낮잠으로 이를 보충하고 있는데 이런 버릇이 '숙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외로 효과가 좋은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2주일에 한 번
정도 골프 또는 수 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의사로서 질병과 싸워왔을 뿐 병원장이나 각종 학회 회장 등 수 많은 '外道'제의를 거절하고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無욕심'이 오히려 지금까지 별탈없이 건강하도 록 해 준 '숨은 비결'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지 요. "이렇게 말하는 이박사는 "나이 마흔살을 넘으면 몸이 아무리 무겁더라도 하루 30분 정도는 조깅이나 제자리
뛰기,빨리 걷기 등으로 땀을 흘리며 자신의 몸에 '투자'해야만 50,60대 이후의 제2 인생을 자신 있고 유쾌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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