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와 그가 권하는 식품은 그날로 시장에서 동이 난다.
건강전문가로 널리 알려지다보니 심지어 운동기구업자들까지 자신들의
제품 광고에 영양학자인 그의 추천사를 도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허다하다.
유태종교수(70,식품영양학)의 말 한 마디, 글 한 줄은 건강에 관한'福音'과도 같다. 89년 고려대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91년부터 충남
논산에 있는 건양대 교수로 재직. '음식궁합' '아이들 두뇌는 식탁이 결정한다'는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며, 빈번한 TV출연과 강연회를 통해
'食補'를 외치는 건강. 장수의 메신저. 그는 정년 퇴임 후에도 고려대와 건양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씩 강의하면서 서울 여의도 고려빌딩에 자신의
아호를 딴 '谷泉건강장수연구소'를 개소해 자료 수집과 영양 프로 젝트 연구 등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유교수가 최근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세계의 장수촌 연구. 파키스탄의 훈자, 남미 에 콰도르의 빌카밤바, 그리고 코카서스 지방을
찾아 그곳 사람들의 건강. 장수 '비결'을 연구 분석했 다. " 연구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건강. 장수의 비결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식생활과 건강 상식대로 사는 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사람들의 건강 비결이었다면 너무 싱거운
결론일까요. "
유교수가 말하는 건강의 '비결 아닌 비결'은 네 가지. 첫째 음식을 골고루 먹을
것, 둘째 적당한 운동을 할 것, 셋째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 넷째 스트레스 해소를 잘 할 것 등이다.
세계적인 장수촌 사람들의 생활을 연구하고 내린 결론도 이 네 가지로 요약된다고 했다. 그가 건강장수의 첫째 비결로 꼽는 균형식은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장수촌의 첫째 비결은 균형식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하루 필요한 영양소는 줄잡아 50여 가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 타민 칼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량이라도 꼭 필요한 영양소는 어떤 형태로든 섭취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50가지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하루 30가지 이상의 식품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50가지 영양소를 포함한 완전 식품은 없다. 그래서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부 족한 영양소가 생기는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충해주는 게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의 균형식에는 당연히 육식도 포함된다. "일본의 노인학 권위자인
류큐大 의학 부 마쓰자키 교수가 장수촌과 단명촌에 대해 연구한 것을 보면 장수촌은 하나같이 균형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채식만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단명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유교수는 한꺼번에 30가지 음식을 다 먹기는 힘든 만큼 아침 점심 저녁을 다른 식단으로 먹을 것을 추천했다. 그는 "몸에 좋다는 음식만
고집 하는 것이 몸에 가장 해롭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는다고 몇 가지 음식만 골라먹는 것이 바로 편식이고 이것이 누 적되면 영양불균형을 가져온다"며 이른바
음식체질론을 비판했다. "지금 먹고 싶은 것을 기분 좋 게 먹으면 그것이 바로 장수식품입니다. "
"몸에 좋다는 음식만 고집 하는 것이 몸에 가장 해롭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 사람은 음식 먹는 방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40대 사망률이 세계 최고인 이유는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 때문이란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노년기의 폭음과 과식은 매우 해롭다. 그는 천천히 먹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음식 중의 발암
성분도 침과 오래 섞이면 그 작용력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정 도로 빨리 먹으면 소화불량은 물론 암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을 입증한 실 험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먹는 것이 건강의 기본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지만 자칫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는 데
필요하다고 그가 늘 권장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발효식품이다. "코카서스 사람들의 식생활의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발효유를 포함한 유제품을 하루
1kg까지 먹는 것입니다. 이들 장수민족 속담에 '오래 살고 싶거든 마초니)염소젓이나 우유로 만든 발효유)를 더 많이 먹어라'라는 것이
있더군요. "
발효유는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을 공급할 뿐 아니라 장내 유해세균의 발육을 억제하고 비타 민은 합성하는 등 노화방지는 물론 뛰어난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도 요구르트 애호가이다. 그는 우리 전통 음식 중에서도 뛰어난 발효식품이 많다며 자랑거리라고 했다.
"우리 발효식품의 대표 선수 격인 김치는 매우 훌륭한 식품이에요. 다만 맵고 짜다는 것이 흠입 니다. 그래서 백김치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맵고 짜지 않으면서도 김치의 독특한 맛을 살리고 저 장성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이 하루빨리 연구돼야 할 것입니다. "
그는 이와 관련 일본이 새로 개발한 젓갈을 예로 들었다. 젓갈은 매우 훌륭한 발효식품이면서 도 염분이 18-30%까지 함유되는 것이 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일본인들은 저염(低鹽)젓갈연구를 시작,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소금을 줄이자 맛과 저장성에 문제가 생겼다. 연구자들이
또 다시 달라붙어 결국 알코올을 넣어 맛과 저장성에서 기존 젓갈과 다름없는 제품을 개발해냈다고 한다. 그의 발효식품 예찬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막걸리이다.
그는 한 마디로 막걸리는 '건강영양음료'라고 규정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우리 나라 장수촌 사람들 중에는 막걸리 애용자가
유난히 많았다. 전통 쌀막걸리에는 단백질이 1. 17%포함돼 있는데 우유에 단백질이 3%포함돼 있는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양이다.
막걸리는 '건강영양음료'
또 막걸리에는 시큼한 맛을 내는 유기산이 0.8% 들어있는데 이 성분은 갈증을
멈추게 할 뿐 아 니라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막걸리에 포함된 효모도 단백질, 비타민 B복합체, 무기질 등으로 풍부하다.
그는 "잘 마시면
百藥之長, 못 마시면 敗家亡身의 근원이란 말이 술의 속성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고 말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한 伴侶者의 역할과 소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술의 가장 긴요한 효용이라고 했다.
그는 독한 술을 먼저 마시고 나중에 순한 술을 마시는 잘못된 음주습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다. 독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면 맥주가 기능이 매우 저하된 위에 큰 부담을 가중시키는데도 이런 습관을 못 고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약이나 정력제, 자양강장식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보약은 허약한 사람이나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효용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은 음 식과 운동 등 평소의 건강관리가 바로
보약이지요. 정력제나 자양강장식품은 심리적인 효과는 있 을지 몰라도 영양학적으로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들보다 오히려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
제철 과일과 푸른 잎사귀가 보신탕보다 낫다
그는 어렸을 때 몇 번 '귀룡탕'이란 한약을 먹었던 것 이외에는
평생 보약을 먹은 것이 없다. 그는 보신탕도 먹지 않는다. "저는 계절에 맞는 과일을 좀 많이 먹는 편입니다. 그리고 하루 한 끼는 반드시 푸른
잎사귀를 먹습니다. 저에게는 제철 과일과 푸른 잎사귀가 보신탕보다 낫다고 하니까 안 믿는 사람이 더 많더군요. "
그의 건강법 중 독특한 것이 있다면 꿀 먹기. 새벽 4-5시쯤 이러나 운동을 하러 나가기 전 공 복에 꿀을 한 숟가락 떠먹는다. 20년
이상 아침마다 먹고 있다. 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 그러 나 꿀은 당분이 많으므로 혈당 조절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침 공복시의 꿀 복용을
조심해야 한다. 적은 양을 물에 타서 묽게 만들어 마시며 조금씩 양을 늘려 가는 것이 좋다. 그는 그러나 꿀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을 택할 것을 권했다. 그는 반드시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이 낮에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아침 식사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아침은 굶고 저녁을 많이 먹어서
성인병을 스스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일할 경우 오전 내내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리기 쉽다. 그는 "산업재해가 가장 많이
발 생하는 시간이 오전 11시인 것도 근로자들이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출근하기 때문일 가 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에 꼭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고구마나 찐 감자에 우유를 곁들여도 좋고, 미숫가루와 찰떡을 먹어도 괜찮다. 물론
빵과 과일,요즘 유행하는 '仙食'도 좋은 아침 식사 가 된다. 다만 매일 똑같은 식단은 피하고 번갈아 먹어야 한다.
영양학자인 그가 음식 못지않게 건강에 중요한 것으로 꼽는 것은 운동. 일이나 운동을 하며 땀 을 흘린 뒤 상쾌함을 만끽하는 것이 건강장수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운동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부러 테니스장,수
영장을 찾아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멀지 않은 길은 차를 타기보다는 걸어다니는 것 등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권하고 있습니다. "
유교수가 좋아하는 운동은 등산,조깅,테니스이다. 그는 매일 새벽 부인과 함께 한 시간씩 관악 산을 등산했으나 여의도로 이사온 후로는 여의치
않아 주로 조깅을 한다. 요즘도 매일 새벽 5시 부터 20-30분 동안 여의도 한강 주변 길을 따라 가볍게 뛴다.
" 새벽에 조깅을 하는 경우 뛰기 전에 당분이 포함된 음료나 음식을 가볍게 먹어 몸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몸이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뒤에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덮어놓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몸에 큰 부담이 됩니다. 심한 경우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
도 합니다. "
충분한 휴식이 중요
건강의 세 번째 요건인 충분한 휴식은 사실 현대인들에게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유교수
자 신도 일주일에 고려대와 충남 논산의 건양대에서 일주일에 한번 씩 강의를 하고 잡지 및 회사 사 보 등 13군데에 건강에 관한 글을 연재하는
등 하루 평균 20-30장의 원고를 쓴다. 또 기업체 연 구소 사회단체 등의 초청강연이 하루 3-4건, 그리고 방송 출연, 각종 모임, 세미나
개최, 연구 프 로젝트 수행 등 잠시도 휴식을 취할 틈이 없다. 그의 휴식법은 간단하다. 그는 여름. 겨울 방학 때 만 되면 부인과 함께
일주일에서 보름씩 외국을 여행하며 휴식한다. 유명한 장수촌을 찾아 그들 의 건강 장수법을 공부하기 하고, 그냥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관광을
하다보면 저절로 휴식과 스 트레스 해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현재 자료 수집과 분석 중인 술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 내 년에 술에 대한 책을 낼 계획이다. 또
지난 92년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됐던 '음식궁합'의 후편과 같은 책을 한 권 펴낼 생각이다. 우리 조상들의 활 지혜가 담긴 음식과 속담을
재미있게 풀이한 내용으로 이뤄진다.
그의 건강 철학의 가장 큰 특징은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생활'로 요약된다. 음식이든 운동이든 휴식이든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장수할 수는 없습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다만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아야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음식과 운동,휴식,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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